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소유자 34명이 아파트 소유자 1,300명과 정면 충돌하는 장면을 보면서, 단순한 이해관계 다툼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평촌 민백지구에서 벌어지는 상가 갈등, 그냥 지나치기엔 이 사건이 담고 있는 함의가 너무 큽니다.

평촌 민백지구, 왜 갈등이 터졌나
저도 처음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라는 말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평촌 민백지구는 꿈마을 우성·동아·건영 계열 단지를 하나로 묶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구역으로, 2026년 1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가시화됐습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즉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이 적용되는 곳입니다. 여기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란, 안양·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노후 단지를 신속하게 재건축할 수 있도록 동의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한 법률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 간소화된 절차에서 불거졌습니다. 기존 재건축에서는 단지 내 상가를 하나의 동으로 간주하고, 상가 소유자 과반수의 별도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사업시행자 지정 단계에서는 상가의 별도 동의 없이 전체 소유자 과반수 동의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백지구의 경우 상가 소유자는 전체 조합원의 겨우 2.5%에 불과합니다. 산술적으로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찬성만으로 사업이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바로 이른바 상가패싱의 법적 근거가 됩니다. 상가패싱이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상가 소유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주택 단지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이 흐름을 처음 접했을 때,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직접 본 경험이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상가패싱, 법적으로 맞아도 현실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소수 상가 소유자의 반발은 명분 없는 버티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과천 1단지 재건축, 즉 지금의 과천푸르지오써밋 사례를 직접 살펴봤을 때, 상가가 패싱된 채 재건축이 완료된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국민평형 기준 30억 원에 육박하는 고가 아파트임에도 단지 내 상가의 외관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솔직히 흉물에 가까웠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도 매일 마주쳐야 하는 시각적 마이너스 요인이고, 상가 소유자 입장에서도 임대 수익이 낮은 환경에서 수익률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에서도 비슷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민백지구의 문제는 단발성이 아닙니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런 패턴은 더 자주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금청산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현금청산이란,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소유자가 자산을 시세보다 낮게 평가받아 현금으로 보상받고 사업에서 배제되는 방식입니다. 상가 소유자들이 "헐값에 쫓겨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 바로 이 현금청산 구조입니다.
민백지구 상가 소유자들은 2026년 5월,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출처: SBS Biz). 재산 평가, 상가 배치, 분양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이 법정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쟁점이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흐름입니다.
상가패싱 사례 비교
- 과천푸르지오써밋: 상가패싱 후 재건축 완료, 단지 내 상가가 주변 고급 아파트와 시각적으로 이질감을 형성
-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상가 소유자와의 갈등이 유사하게 반복되는 중
- 평촌 민백지구: 상가 소유자 34명이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행정소송 제기, 법적 분쟁 단계 돌입
재건축 지연과 합의, 어느 쪽이 현실적인가
제 경험상 이런 법적 분쟁은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끌립니다. 행정소송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2년, 상급심까지 가면 그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재건축이 멈추는 건 아니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거나 본안 판결이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전체 일정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출처: 국토교통부)이 속도를 위해 동의 요건을 간소화한 것은 분명한 방향입니다. 주택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고, 전체 조합원의 2.5%가 나머지 97.5%의 의사결정을 막는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수의 재산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민백지구의 진짜 리스크는 소송 그 자체보다, 소송이 끝난 뒤의 풍경입니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더라도, 서로 원만히 합의하지 않은 채 완공된 단지는 과천 사례처럼 아파트와 상가가 따로 노는 불협화음을 남깁니다. 특히 권리가액, 즉 재건축 사업에서 각 소유자가 인정받는 재산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물리적 완공 이후에도 갈등의 씨앗이 남습니다. 권리가액이란 재건축 시 조합원 각자가 새 아파트나 상가를 배정받을 때 기준이 되는 종전 자산의 감정평가 금액을 뜻합니다.
민백지구 상가 소유자들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금, 법정 공방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결국 속도와 합의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이 사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평촌 민백지구 상가 소유자들이 소송을 걸면 재건축이 완전히 멈추나요?
A.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 사업이 자동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가 소유자들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인용될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효력이 일시 정지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행정소송은 1심만 해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전체 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서 상가 별도 동의가 없어도 된다고 하면 상가 소유자의 재산권은 어떻게 되나요?
A. 별도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 재산권 자체가 소멸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재산권 보호는 사업시행 단계에서 권리가액 산정, 분양 조건, 현금청산 기준 등을 통해 별도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가 소유자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상가패싱으로 재건축이 완료된 사례가 실제로 있나요?
A. 있습니다. 과천 1단지, 현재의 과천푸르지오써밋이 대표적입니다. 상가 소유자들의 과도한 요구조건으로 협의가 결렬됐고, 주택 조합원들이 상가를 제척한 채 재건축을 완료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을 때 완공 후 단지 내 상가의 모습이 고급 아파트와 극명히 대비돼 전체적인 단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Q. 민백지구 상가 소유자들은 전체의 몇 %인가요?
A. 전체 조합원 대비 약 2.5% 수준입니다. 아파트 소유자가 약 1,300명인 데 비해 상가 소유자는 34명입니다. 숫자만 보면 소수이지만,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때 사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비율과 무관하게 상당할 수 있습니다.
결론
민백지구 상가 갈등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속도와 합의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재건축의 발목을 잡던 소수 반대자 문제를 해결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과천 사례가 보여주듯, 합의 없이 완공된 단지는 아파트 소유자에게도, 상가 소유자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남겼습니다. 민백지구가 법정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재건축을 직접 앞두고 있거나, 단지 내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업시행 계획서 단계에서 권리가액과 분양 조건을 반드시 꼼꼼히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법적 분쟁의 향방을 지켜보는 시점이고, 이 결과는 앞으로 유사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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